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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재 수출 허가, 당황한 아베의 퇴로 확보, 하지만 일본 반도체 2차 몰락의 서막
2019-08-09 10:48:27조회수: 1359


일본이 1차로 수출을 규제하기로 했던 반도체 3개 소재 가운데 포토레지스트의 수출을 허가한다고 8일 발표했습니다. 보통 수출 심사에 3개월 정도 걸리는데, 예상을 깨고 1개월여 만에 나온 조치여서 일본의 상당한 태도 변화가 감지됩니다. 


상당수 국내 언론들은 이번 조치와 관련, 일본이 시행세칙을 운용하면서 얼마든지 한국의 목을 조일 수 있을 것이라며 일본의 치밀한 노림수가 뒤에 놓여있는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물론 그 같은 가능성을 경계해야 하지만, 현실은 자신들이 엄청난 헛발질을 하게 된 걸 뒤늦게 알게 된 아베정부가 퇴로를 찾는 조치에 가깝다고 봐야 합니다. 


일본 아베정부는 우익세력의 편협한 주장에 매몰돼 한국을 우습게 보고 덤벼들었죠. 특히 그 어떤 산업보다 전세계적으로 긴밀히 생산과정이 연결돼 있는 반도체산업의 구조를 망가뜨렸을 때 오는 심각성을 전혀 깨닫지 못한 채 이번 조치를 내놓은 것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일본 우익세력의 지지 말고는 얻을 게 없다는 현실자각 타임을 갖게 됐습니다. 대신 한국 여행객이 급감하면서 일본의 지역 관광산업이 큰 타격을 입고, 국내 반도체업계의 ‘탈일본화’ 움직임이 빠르게 진행되자 일본 소재업체들의 불안감과 불만이 고조되면서 당황한 겁니다. 또한 수십년간 자유무역주의에 입각해 구축돼온 글로벌 반도체 생산 분업구조를 정면으로 거슬렀기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반도체업계의 거센 비판에 직면한 것도 부담이 됐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조치는 일본 국내 여행업계와 반도체 소재업계의 불만 고조와 한국의 강한 반발, 국제사회의 비판 등에 놀란 아베정부가 확전을 자제하면서 퇴로를 확보하는 조치라는 겁니다. 


이번에 일본이 포토레지스트에 대해 가장 먼저 수출을 허가해준 소재가 포토레지스트라는 점에서도 이를 읽을 수 있습니다. 포토레지스트는 국내 업계의 일본 의존도가 90%를 넘는 소재입니다. 더구나 향후 삼성전자의 초미세공정 반도체칩 생산을 위해 필수적인 소재입니다. 그런 점에서 일본으로서는 당초에 한국이나 삼성전자에 가장 큰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요긴한 카드라고 판단했을 겁니다. 그런데 일본정부가 왜 이것부터 수출을 허가해 줬을까요. 그것도 불과 한달여 만에 말입니다. 그만큼 일본이 확전 자제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삼성전자가 벨기에에서 해당 소재를 들여와 6~10개월치의 재고를 확보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본 JSR과 신에츠케미컬 등이 일본정부에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이들의 업체의 매출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매출만 절반이 넘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는 미국 업계와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큽니다. 삼성이 일본의 EUV(극자외선)용 포토레지스트를 사용해 세계 최초로 7나노 초미세공정을 적용해 대량으로 생산하는 반도체 칩은 미국의 퀄컴과 IBM에 공급됩니다. 그런데 삼성이 일본으로부터 소재를 공급받지 못해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 퀄컴과 IBM도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따라 퀄컴과 IBM 등이 미국 정부를 움직여 일본정부에 압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국제 반도체업계는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최근 삼성은 이번 기회에 반도체소재 분야에서 최대한 수준의 탈일본화를 실행할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습니다. 삼성은 특히 이번 기회에 본보기로 일본의 일부 소재업체들은 확실히 죽여서 다시는 이런 ‘도발’을 못하게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일본 반도체는 2차 몰락의 길을 걸을 수도 있습니다. 2012년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 대적하기 위해 일본의 NEC와 히다치가 합작해 만든 엘피다마저 파산하면서 메모리반도체가 몰락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아베정부의 멍청한 헛발질로 그나마 세계 시장을 주름잡던 일본 반도체 소재, 그리고 덩달아 장비 산업까지 큰 타격을 입게 됐습니다.


당장 삼성으로부터 거래가 끊기는 문제에서 끝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삼성이나 하이닉스는 시간이 갈수록 일본 대신 국내나 일본 이외의 나라에서 만든 소재를 사용하게 될 겁니다. 그러면 시간이 갈수록 일본업체들의 경쟁력과 실적은 악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이번 일본의 행태를 보면서 일본 소재의 공급 안정성에 불안감을 느낀 나라나 기업이 한둘일까요? 특히 일본 반도체소재의 최대 수요국 가운데 하나인 중국은 비슷한 과거사 문제로 얼마든지 일본의 소재를 공급받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쪽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중국 정부와 산업계가 소재산업 쪽에도 막대한 투자를 감행할 겁니다. 


물론 일본 소재산업의 기술력이 뛰어나서 한동안은 명맥을 유지하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일본 소재산업은 쇠퇴의 길을 걷게 될 겁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지 잘 모르고 나온 일본 아베정부의 헛발질에 일본 소재산업만 피멍이 들게 생긴 겁니다.

  

자신들의 선택이 국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정치적으로도 많은 유권자들의 표를 잃게 되는 현실에 직면한 일본이 더 이상 한국을 상대로 확전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퇴로를 찾은 게 바로 8일 급하게 내놓은 포토레지스트 수출 허가인 겁니다. 최대한 자존심을 구기지 않으려고 일본 당국자가 “부적절한 사례가 나오면 철저한 재발방지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식으로 말을 늘어놓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미국 트럼프가 중국에 하는 것을 보고 섣불리 따라하려던 일본 아베, 본전도 못 건지고 후퇴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다행히도 한일 무역분쟁 악화로 가뜩이나 불안하던 한국경제의 불안감이 커질 가능성은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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