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인경제연구소
 
 

케네디언 블로그

선대인소장이 개인블로그에 올린 글입니다

국민에게 기본소득뿐만 아니라 기본자본도 나눠주자
세금/예산 정부정책 2017-03-16 09:17:55조회수: 2552

제4차 산업혁명과 제2의 기계시대가 본격화함에 따라 적어도 향후 수십년간은 일자리가 줄어들고 노동소득의 비중이 줄어드는 흐름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면 기계의 높은 생산성을 바탕으로 생겨난 이득을 자본이 차지하는 비율은 갈수록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일자리와 노동소득이 줄어들 것에 대비해 총수요를 확충하는 방안으로서 기본소득제가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기본소득제만으로는 충분치 못하다. 자본의 수익률이 점점 더 높아져 거기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일부를 정부가 걷어서 기본소득으로 지급한다고 해도 자본의 집중과 불평등의 가속화는 제어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가상의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 지금 세계의 평균 부가 연 2% 늘어날 때, 즉 평균 자본수익률이 2%일 때 상위 0.1%의 부를 가진 사람들의 자본수익률(r)이 6%라고 하자. 그러면 30년 뒤엔 최상위 0.1%가 세계 전체 자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세 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 현재 최상위 0.1%가 대략 세계 전체 자본의 20% 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30년 뒤에는 60%를 소유하게 된다. 극소수 최상위 부유층으로 부가 몰리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전세계 최상위 부자들에 대한 연구 결과는 이들이 지난 수십년동안 지속적으로 평균보다 훨씬 높은 투자수익률을 기록해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제2의 기계시대’에 생산성이 높아질수록 이 흐름은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소득뿐만 아니라 일정한 수준의 자본도 국민들에게 나눠줄 필요가 있다. 기계의 높아지는 생산성이 주는 경제적 혜택을 대다수 국민들도 누리게 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자본 격차에 따라 시간이 갈수록 불평등이 확대되는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실제로 토마 피케티는 같은 소득을 버는 사람들의 소득 격차보다는 ‘세습자본주의’가 고착화함에 따라 자본을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들 사이의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을 더 우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똑같이 연봉 5000만원인 두 사람이 있어도,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이 10억 원인 사람 A와 0원인 사람 B의 실제 생활수준과 종합소득은 다를 수 있다. B는 근로소득만이 유일한 소득원이다. 하지만, A는 10억 원짜리 주택을 임대해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다. 더 나아가 임대수익을 바탕으로 추가로 투자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그러면 같은 연봉을 받는 두 사람의 소득 수준은 갈수록 벌어질 수밖에 없다. ‘수저론’이 그토록 널리 회자되는 것도 이미 이런 현실을 국민 모두가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재벌 3,4세들의 재산 축적 과정을 보면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모든 국민들에게 기본자본을 나눠줄 수 있을까. 국가가 많은 기업들의 지분을 확보해 이 지분을 한데 섞은 거대한 기금풀(pool)을 만들어 일정한 연령에 도달한 사람들에게 이 기금풀의 지분을 나눠주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 때 이 기금풀을 국가공유자본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국가공유자본에 축적할 기업들의 지분을 확보하는 방법은 다양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정부가 스타트업을 육성할 때 지원하는 자금에 상응하는 지분을 확보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초기 스타트업들 가운데 상당수가 살아남아 큰 기업으로 성장한다면 초기의 작은 지분도 미래에는 매우 큰 가치를 가질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기존 기업들에 지원하는 각종 연구개발 자금을 집행할 때도 기술 상업화시에 정부나 지자체가 로열티를 챙기는 선에서 그치지 말고 일정한 지분을 확보하도록 하면 된다. 매년 수십 조 원의 관련 예산과 자금이 공공부문에서 집행되므로 이런 식으로 확보하게 되는 지분은 실로 엄청날 것이다. 


이런 식으로 국가공유자본풀을 조성하고, 국민들에게 나눠주면 기술 발전에 따른 생산성 혁명의 혜택을 소수의 자본가나 창의적 사업가들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로 확대할 수 있다. 자본 소득의 불평등도 일정하게 해소할 수 있다. 국민 개개인은 자신이 할당받은 기본자본에 해당하는 배당금을 매년 국가로부터 받을 수 있다. 배당금을 재투자해 필요할 경우 자신의 자본을 더 늘려갈 수도 있다. 또한 중병 치료나 결혼 준비, 자녀 학자금 지급 등의 사유가 있을 때 일정한 절차와 조건에 따라 기본자본을 매도해 요긴하게 쓸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너무 이상적인 제안처럼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머지 않은 미래에 기술변화에 따른 충격들이 현실화될 때 우리는 이런 제안들을 훨씬 더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때부터 준비를 하면 국가공유자본을 형성하고 기본자본을 지급하기까지 많은 세월이 걸릴 것이다. 먼 미래를 내다보고 지금부터 국가공유자본을 축적해 기본자본 지급 제도를 실시할 토대를 다져가자.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