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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분양제 도입을 반대하는 논리, 한 번 따져보자
부동산 2017-10-13 13:51:51조회수: 3766

국토교통부는 올해 6월 공공부문부터 후분양제를 도입하겠다는 로드맵을 내놓은 바 있다. 공사 진행 60% 이후 단계부터 분양할 수 있도록 하고, 민간업체의 경우 공공택지 우선 분양 등의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그런데 시행주체가 5%의 자금만 가지면 95%는 수분양자들 자금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고, 공사비를 많이 안 들이는 저품질 시공을 해도 되는 선분양제가 민간건설업체에는 훨씬 유리하므로 이런 정도로는 후분양제 이행으로 속도를 내기 어려운 조치였다. 노무현정부 때도 로드맵에 따라 정권 후반기에 시범사업 수준으로 추진했지만 결국 흐지부지되면서 물 건너간 전례를 볼 때 문재인정부에서도 이런 정도로는 사실상 후분양제 전면화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사석에서 만난 김수현 정책실장(당시 사회수석)도 후분양제 도입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태도였다. 


그런데, 그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경기도시공사 사업 물량부터 공사 진행 80% 이후부터 분양할 뿐만 아니라 100% 완공 뒤 분양하는 완전한 후분양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중앙정부보다는 훨씬 과감한 조치다. 부동산 거품 빼기와 서민 주거 안정, 건설부패 근절을 계속 부르짖어온 나로서는 다른 건 몰라도 이지사의 이런 행보는 적극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건설업계와 부동산업계, 그리고 그들로부터 광고 받아 먹고사는 기득권언론들은 후분양제를 실시하면 마치 큰 문제가 생길 것처럼 딴지를 건다. 이런 논리에 상당수 일반인들도 현혹되기도 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부동산 기득권세력들이 내놓는 후분양 반대를 위한 단골 레파토리를 따져봤다.


1. 후분양제를 하면 분양가가 인상된다고?

지금까지 선분양제 하에서는 건설업계들이 바람몰이를 통해 투기적 가수요를 들끓게 할 수 있었다. 선분양제에 발맞춘 3~5년 거치기간을 둔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필요 이상으로 가수요가 몰리니 건설업계도 분양가를 마구잡이로 올릴 수 있다. 후분양제는 주택 수요자가 자금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과도한 빚을 끌어와 집을 사기 어렵다. 또한 완성품을 보고 당시 경기 상황에 맞춰 집을 사야 한다. 이 경우 빚에 의존한 투기적 가수요가 줄어들게 되면 분양가는 인상되기는커녕 떨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 일부에서는 또 건설업체가 수분양자의 자금이 아닌 금융권 자금을 끌어와서 사업을 진행해야 하므로 금융비용만큼 분양가가 높아진다고 하는데, 어이없는 주장이다. 지금까지 건설업체가 금융비용 고려해서 분양가 책정했나? 분양시점의 주택시장 상황에서 형성되는 주변 집값을 고려해서 "브랜드가치" "미래투자가치" 등 검증하기 어려운 불투명한 근거들을 대며 자기네들한테 최대한 유리한 분양가로 책정했지. 설사 건설업체 금융비용만큼 분양가가 높아진다고 해도, 수분양자 입장에서는 똑같다. 아파트를 짓는 2년반 이상의 시간 동안 수분양자가 대는 돈의 이자비용만큼 높아지는 것이다. 조삼모사일 뿐, 어차피 수분양자 입장에서 지는 부담은 똑같은 거다. 


오히려 후분양제를 시행하면 실제 투입비용을 토대로 분양가를 결정하기 때문에 아파트 분양가격이 적절한지 검증 가능성을 높일 수 있어서 오히려 분양가 거품을 뺄 수 있다. 이미 오세훈 전 시장이 2006년 서울시장 시절 SH공사가 짓는 모든 공동주택에 대해 공정률 80% 이후 시점에서 후분양하도록 했는데, 그 당시 은평뉴타운은 분양가가 오히려 10% 이상 인하됐다. 이후에 진행된 서울시 장지와 발산지구 아파트도 분양가를 비슷한 시기의 다른 아파트들보다 30% 이상 저렴한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었다. 물론 이는 분양가를 꼼꼼히 따질 수 있는 원가공개 정책과 함께 가동하면 훨씬 효과적인데, 다행히도 이재명지사는 원가공개 정책을 매우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참고로, 오 전 시장이 "망국적인 무상복지 포퓰리즘"을 떠들었을 때 필자도 "아이들 밥먹이는 문제로 째째하게 굴지 말라"고 맹폭한 바 있지만, 원가공개와 후분양제, 장기전세 정책에 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2. 후분양제를 실시하면 자금력이 취약한 건설업체들이 무너질 수 있다?

자금력이 취약한 건설업체들도 최대한 공급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보증 여력을 확대해주면 된다. 그리고 그들에겐 안타깝지만, 부실한 업체가 퇴출되는 것은 정상적 시장에서라면 이미 일어났을 일일 뿐이다. 오히려 완공된 주택의 품질을 보고 사게 되므로 부실업체들의 부실시공이 사라지고, 기획력이 좋고 높은 품질로 성실시공하는 건설업체들은 오히려 성공할 기회가 높아진다. 

또한 지난 몇 년간 박근혜 정부에서 사상 최대의 가계부채를 동원해 만든 ‘분양 호황’으로 상당수 건설업체들은 부채를 털었다. 건설업체들의 부채를 가계부채로 이전하는 과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후분양제를 실시하지 못한다면 언제 실시할 수 있겠는가.


3. 후분양제 도입으로 주택공급이 줄어 집값이 뛸 것이다?

이 또한 황당한 주장이다. 사람들이 실제 들어가서 입주할 수 있는 물량이 실제 주택의 공급이다. 후분양제로 바꿔도 분양 시점이 달라지는 것일 뿐 입주 물량 시점 기준으로는 달라지는 게 없다. 물론 선분양에서 후분양으로 전환할 때 정부든 건설업체든 행정적 준비 등으로 몇 개월 지연될 수 있지만, 그 때문에 엄청난 공급 차질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최근 몇 년간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뛴 것도 공급 부족 때문이 아니라 투기적 가수요가 들끓어서 그랬던 것뿐이다. 공급 부족 때문이라면, 투기적 가수요를 잡기 위해 주택대출 규제를 대폭 강화한 9.13대책 내놓았다고 거래가 줄어들고 집값 뜀박질이 멈추겠나. 일시적으로는 몰라도 선분양제 하에서 투기적 과열과 침체를 반복하며 지나친 공급 과부족이 되풀이되는 흐름이 약화된다. 오히려 주택건설경기와 집값의 진폭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분양 기준입주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설사 이 주장이 맞다고 해도 선분양제하에서 분양권 차익을 노린 투기적 가수요가 들끓어 집값을 밀어올린 효과만 할까. 건설업체들 주장이 맞다고 쳐도 지난 몇 년간 사상 최대 분양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2018~2019년이야말로 후분양 이행을 위한 적기다. 

이처럼 후분양제를 공격하는 논리들은 근거가 없거나, 상황을 호도하는 논리들일 뿐이다. 수십 년 전처럼 급속한 도시화와 수도권 집중이 빠르게 일어나는데 주택을 공급할 건설업계의 자금력이 취약하다면 모를까. 실질적인 주택 수요에 비해 건설업계가 비대해질 만큼 비대해진 상황에서도 아직 선분양제를 실시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어떤 핑계를 대도 이제 선분양제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 이는 기득권세력이 흔히 말하는 ‘반시장적 조치’와도 거리가 말다. 오히려 후분양제는 다른 모든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완성품을 사게 한다는 점에서 시장원리에 더 맞다. 건설업계가 ‘갑질’하게 하는 선분양제냐, 대다수 국민들이 편한 후분양제냐를 선택하는 문제다. 이지사가 과감하게 추진하기로 한 후분양제를 국토교통부가 좀 더 과감하게 받아안기를 바란다. 정부도 원칙적으로 후분양제 도입 의사를 밝힌 만큼 건설족의 공세에 휘둘리지 말고, 이번만큼은 후분양제가 뿌리내리도록 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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