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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커버스토리/ 新부동산 광풍 01] 대출금리 2% 부동산 ‘훈풍’ 과열 ‘역풍’ 맞나
부동산 가계부채 2015-04-07조회수: 3376

기준금리 1% 시대가 열렸다. 한국은행이 3월 12일 기준금리를 연 1.75%로 낮추겠다고 발표하자 건국 이래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낮은 금리에 대한민국 전체가 술렁였다. 이번 기준금리는 5년 전 5.25%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표1 참조). 이에 따라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연 2%대로 낮아졌다. 한국은행의 발표가 있고 사흘 뒤 하나은행의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95%, 우리은행의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최저금리가 2.88%까지 떨어진 것.

이 때문에 은행 예금에 돈을 넣어둘 경우 물가상승분까지 반영하면 사실상 손해를 보는 시대가 열렸다. 투자자 사이에서 ‘차라리 여윳돈에 대출을 합쳐 부동산에 투자하는 편이 낫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전세난에 치여 부동산 매매 쪽으로 눈을 돌린 실수요자까지 가세하면서 부동산시장에는 ‘울며 겨자 먹기’ 식 호황이 펼쳐지는 형국이다.

올해 전국 분양 주택 물량은 35만 호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03년 35만5000호였던 것과 비교하면 12년 만에 최대 물량이다. 분양시장의 이상 열풍을 확인하고자 3월 16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개관한 ‘마포 한강2차 푸르지오 오피스텔’ 모델하우스를 찾았다.

실수요자 적고 노후대책용 투자 늘어

청약접수 마감일이던 이날 입구부터 길게 줄지어 선 사람들은 족히 한 시간은 기다려야 한다는 안내요원의 말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기다렸다. 모델하우스 안으로 들어선 뒤에도 청약접수를 하기 위해 긴 줄을 서야 했다. 대기자 중에는 흰머리가 희끗한 60, 70대 노년층이 가장 많이 눈에 띄었고 은퇴를 앞둔 40, 50대 장년층이 절반가량 돼보였다. 간혹 갓난아기를 안고 온 30대 주부나 부모와 함께 방문한 젊은 층도 있었지만, 오피스텔 실수요층이라고 할 20대는 보이지 않았다. 결국 이들 대부분은 투자 목적으로 오피스텔을 구매하려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청약접수를 하려고 기다리던 60대 여성은 “친하게 지내는 부동산 전문가가 추천해줘서 왔다. 노후를 생각해 여러 투자처를 알아봤지만 금리가 계속 떨어지고 주식이나 펀드도 예전만 못 해 부동산 쪽으로 눈을 돌렸다. 1인당 3개 타입까지 청약할 수 있어 3개 다 신청했는데 다 되면 모두 살 생각”이라며 투자 의지를 드러냈다. 접수를 마치고 나오던 40대 부부는 “현금을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지만 투자처가 없어 고심하다 인터넷 뉴스를 보고 이곳이 가치가 있을 것이라 판단해 청약접수를 하고자 나왔다. 은퇴 이후 안정적인 수입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60대 노모를 모시고 청약접수를 하러 온 30대 여성은 “부모님과 각각 한 건씩 접수했다. 대출금리가 낮아 투자 부담이 적고, 일단 분양을 받으면 부모님 가계나 우리 부부 가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 같아 투자를 결심했다”며 꼭 당첨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청약접수 마감일인 3월 16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마포 한강2차 푸르지오 오피스텔’ 모델하우스에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전국 아파트 시가총액 석 달 새 17조 원 증가

분양사무소 관계자들은 예상치 못한 청약 열기에 적잖이 당황한 기색이었다. 이선용 대우건설 분양소장은 “청약 인파가 몰려들자 상부로부터 ‘왜 예상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느냐’고 한소리 들었다. 아무래도 기준금리를 인하해 대출금리가 낮아졌기 때문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분양가가 낮게 책정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주변이 다세대주택 밀집지역인 데다 비교할 만한 신규 오피스텔이 없어 3.3㎡당 가격을 대략적인 시세보다 높게 책정했다. 그런데도 이렇게 반응이 뜨거울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하루에만 6000여 명이 방문했고 청약경쟁률 집계 결과 최고 15.3 대 1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시기에 문을 연 다른 모델하우스에도 방문객이 입구부터 길게 줄지어 서는 풍경이 연출됐다. 3월 13일 개관한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의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모델하우스에는 사흘간 3만7000여 명이 방문했고, 경북 구미시의 ‘문성파크자이’도 같은 기간 1만3000여 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분양시장과 함께 일반 아파트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이미 아파트시장은 치솟는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해 빚을 내 매입에 나선 실수요자들로 매매가 상승세가 이어지는 상황.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지난 연말부터 아파트 매매 문의를 하는 이가 조금씩 늘고 있다. 그전까지만 해도 전세 문의만 넘쳐났는데 전세가율이 90%를 넘어서면서 매매 쪽으로 마음을 돌린 이들이 생긴 것 같다. 그 덕에 집을 팔지 못해 속앓이를 하던 집주인들이 호가를 슬그머니 올렸고, 한 달 사이 2000만 원이 오른 집도 있다. 그러다 보니 일부 집주인은 아예 매물을 거둬들이고 더 오르는 걸 지켜보겠다는 쪽으로 돌아섰다”며 최근 달라진 시장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러한 추세는 전국 아파트 시가총액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인터넷 부동산 포털사이트 부동산114의 조사에 따르면 2월 말 전국 아파트 시가총액은 약 2028조5269억 원으로 3개월 전인 12월 말과 비교했을 때 17조1586억 원이 증가했다(표2 참조). 신규 분양 물량을 감안하더라도 아파트시장에 아무런 변동도 없이 투자 수요 유입으로만 석 달 사이 약 17조 원이 불어난 셈이다.

아파트 시가총액 상승 현상은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경기와 서울에 이어 대구가 3위를 기록했고 세종, 부산, 경북, 경남도 상승세를 보였다. 대구 달서구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아파트 매매가가 연말부터 오르기 시작했다.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세 매물이 워낙 없다 보니 매매로 돌아선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기존 아파트와 신규 아파트 분양가격이 이렇게 치솟은 정확한 원인을 우리도 파악하기 어렵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사람들이 보유한 현금을 부동산에 쏟으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가계대출도 가파르게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2월 발표한 가계대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가계 대출은 급속도로 늘어 1000조 원을 돌파했다(표3 참조). 3분기 말 가계대출은 1001조7000억 원으로 2분기 말에 비해 20조9000억 원 증가했고, 4분기 말 가계대출은 1029조3000억 원으로 3분기 말에 비해 27조6000억 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3년 같은 분기와 비교하면 두드러지게 늘어난 수치다.

하반기에 기준금리 재상승 가능성

한국은행은 이 같은 가계대출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를 지목했다. 실제로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4분기 말 17조7000억 원으로 전분기 대비 43.9% 증가한 5조4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서도 이 같은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가계대출이 줄어드는 1월에도 올해는 더 늘었고, 2월 가계대출 증가액도 4조2000억 원으로 예년 같은 시기와 비교했을 때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부채 증가 속도의 가속화는 정부가 지난해 8월 주택대출규제 장치인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에 대해 규제를 완화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정부는 늘어나는 가계 빚에 대해 아직까지 위험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3월 17일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8월 규제 완화 이후 7개월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효과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초 정부의 규제 완화 의도가 부동산 거래를 정상화해 서민경제의 부담을 줄이는 데 있었기 때문에 당분간 LTVDTI에 손댈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일부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방침에 수긍하면서도 투자자들이 부동산 매매에 나설 때는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22쪽 참조).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부동산 투자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이들은 과거 2000년대 부동산 호황기에 주변에서 이득을 본 경험을 떠올리며 다시금 부동산을 찾고 있다”며 최근 동향을 분석했다.

그러나 주택담보대출에서는 무엇이 안정적인 창구인지 잘 따져봐야 한다고. 고 교수는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자연히 변동금리도 내려가기 마련이지만 하반기 기준금리 상승 움직임이 예상되기 때문에 대출을 한다면 조금 비싸더라도 오히려 고정금리가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이 가계 빚 증가 추이를 계속 파악하고 정책적으로 관리 감독을 병행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한편 일부 전문가는 최근 부동산시장 동향을 매우 위험하게 판단했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은 “지금 빚을 내 집을 사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위”라며 정부의 계속되는 부동산 활성화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 그는 “지금 주택거래량이 늘고 있는 이유가 단순히 소득에 기반을 둔 증가라면 수긍할 수 있다. 그런데 주택담보대출이 사상 최고액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우리나라 아파트값이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6년 하반기와 지난해 하반기의 아파트값 상승을 비교하면 지난해 주택담보대출이 1.9배 정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들어 가격 거품이 빠졌던 때와 비교하면 지난해 주택담보대출은 최고 4배까지도 많다. 그만큼 여력이 안 되는 사람이 빚을 내서 집을 산다는 얘기”라며 급속도로 늘어난 주택담보대출에 우려를 표명했다.

선 소장은 건설사들의 밀어내기식 분양에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는 “최근 분양은 몇 해 전까지 토지만 보유하고 있던 건설사들이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마지막 물량까지 쏟아내는 상황이다. 따라서 아파트가 완공되는 2~3년 뒤 전국적으로 물량이 넘쳐나면 아파트값은 얼마나 떨어질지 예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정부가 최저 기준금리를 지표로 제시하며 현 시점에 주택담보대출로 집을 사는 것에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굉장히 잘못된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경우 금리가 조금만 올라가도 빚을 감당하지 못한 채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확률이 높다는 것. 그는 정부 발표를 예로 들며 “지난해 하반기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났지만 집값은 2.5%밖에 뛰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2006년 가격폭등 때와 비교하면 집값이 안정된 상태라는 발표가 있었다. 이런 식의 발언은 무책임하다. 집값이 아닌 주택거래 건당 담보대출액을 비교해보면 2006년보다 훨씬 위험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요즘 같은 혼란한 시기에는 최대한 빚을 지지 않아야 하고 가능하면 대출 부담이 적은 전세에 머무는 것이 최선책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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