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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최경환 전 장관에게
2017-11-24조회수: 107
나는 역대 최악의 기획재정부 장관을 꼽으라면 최경환 전 장관을 꼽을 것이다. 기재부 장관으로 재임하던 2014년 국가정보원으로부터 1억여원의 뇌물을 받아 쓴 혐의가 최근 불거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상 최대의 가계부채를 폭증시켜 국민경제 전체에 씻을 수 없는 해악을 끼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최경환 전 장관은 2014년 7월 취임한 뒤 ‘빚내서 집 사라’ 정책으로 내달렸다. 그해 8월 곧바로 주택대출규제를 완화했고, 이후 한국은행에 지속적으로 금리 인하 압력을 넣었다. 그해 ‘9·1부동산대책’을 통해 분양권 전매제한과 청약규제와 재건축 허용연한을 완화했다. 연말에는 분양가상한제 등 재건축 규제를 풀기 위한 ‘부동산 3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도록 했다. 온 국민에게 저금리에 마구잡이로 빚을 내 부동산 투기를 하라는 신호를 주는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게 해서 부동산시장은 분양시장과 재건축시장을 중심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박근혜 정부의 정치적 기반 중 하나인 부동산 부자들은 쾌재를 불렀다. 당장 박근혜의 문고리 권력들은 서울 강남에 가진 집들의 시세가 올라 만만찮은 평가차익을 누리기도 했다. 부동산 경기를 띄워 경제성적표를 좋게 분칠하는 효과도 있었다. 


하지만 무주택 서민들은 뛰는 집값과 전셋값 때문에 피눈물을 흘렸다. 특히 지속되는 저금리와 대출규제 완화를 이용한 다주택투기인 갭투자까지 성행해 전·월세 가격은 더욱 치솟았다. 무엇보다 가계부채가 엄청나게 폭증해 향후 경제운용에 큰 부담을 남겼다. 그가 취임하기 이전 5년 동안 분기별로 평균 15조원 늘어나던 가계부채는 그의 재임 기간에는 평균 28조원가량 증가했다. 연도별로는 그가 시작한 ‘빚내서 집 사라’ 정책이 본격적으로 효과를 내게 된 2015년 118조원, 2016년 139조원이 늘어났다. 2005~2014년의 연도별 평균 가계부채 증가액이 59조원이었으니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로 늘어난 것이다. 노무현 정부 시기였던 2003년 7조원, 2004년 22조원 늘어난 것과는 비할 바도 아니다.


이런 여파로 정권별 가계부채 증가폭을 살펴봐도 최 전 장관이 활약한 박근혜 정부의 증가폭이 압도적으로 크다. 노무현 정부 때 214조원, 이명박 정부 때 286조원 증가했는데, 박근혜 정부에서는 임기 4년 동안에만 약 397조원의 가계부채가 늘어났다. 

국민은행 아파트시세 기준으로 아파트 가격이 1% 상승할 때마다 늘어난 가계부채 규모는 노무현 정부 때 6조4000억원, 이명박 정부 18조9000억원이었는데, 박근혜 정부 때는 무려 40조2000억원이나 됐다. 어마어마한 가계부채를 동원해 억지로 부동산시장을 떠받쳤다는 방증인 셈이다.


그런데 이렇게 늘어난 가계부채는 집값이 하락할 때는 자칫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집값 1% 올라가는 데 늘어난 가계부채 규모는 집값 1%가 떨어질 때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는 가계부채의 규모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산 사람들은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수 있고, 경제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최 전 장관 시절 사상 최대 규모로 분양한 물량들이 입주 물량으로 쏟아지면서 이미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역전세난이 현실화하고 있다. 더구나 내년에는 올해보다 입주 물량이 더 늘어난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기의 회복세가 지속되면서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되는 가운데 이미 국내 시중금리는 오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생겨날 충격이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문재인 정부는 그 설거지를 열심히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집값 하락이나 가계부채 문제 악화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면 가장 큰 책임은 최 전 장관이 져야 한다. 이처럼 최 전 장관은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그의 슬로건과는 정반대로 ‘부채주도성장’을 매우 과격하게 실행한 사람이다. 이뿐만 아니라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내팽개치고 삼성물산 합병 문제를 방조하는 등 친재벌로 일관했다. 그의 재임 기간 동안 삼성 등 재벌들이 정권과 유착해 추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실도 계속 드러나고 있다. 해운업과 조선업 등의 구조조정을 지연시켜 국민의 부담을 키우는 등의 과오도 이미 차고 넘친다. 최 전 장관은 최근 “(특수활동비 수수 의혹이) 사실이라면 동대구역에서 할복 자살하겠다”고 했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고 해도 나는 그가 할복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럴 필요도 없이 어차피 그는 할복하지도 않을 것이다. 여전히 골수 친박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동대구역에서 ‘숨 쉰 채 발견’될 것이다. 다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그는 국민경제 전체에 너무나 큰 과오를 저질렀다. 어떤 일이 있어도 할복은 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지금이라도 석고대죄만은 하기 바란다. 이것이 같은 고향 출신이자 중학교 후배이기도 한 내가 그에게 고하는 충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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