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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건설사 "갑질" 선분양제, 이대로 둬야 하나
부동산 프레시안, 2019-01-24조회수: 141
지난 몇 년간 수도권 주택시장을 중심으로 집값이 폭등한 계기는 박근혜 정부의 이른바 ‘빚 내서 집 사라’ 정책 때문이지만 문재인정부의 상황 오판과 잘못된 정책 결정에도 일정한 책임이 있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였지만, 촛불민심에 부응할 수 있도록 국내 부동산시장과 국민들의 주거여건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개혁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정권 지지율에 도움 되거나 상대적으로 저항이 적은 정책은 실행하는 반면, 어렵지만 꼭 필요한 정책 과제들을 추진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는 점이다. 대선 기간부터 도심재생사업 추진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다주택자들에게 환영받을 주택임대사업 등록제를 추진한 반면 후분양제 전환이나 보유세 개혁, 임대차시장 안정을 위한 개혁 등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온 것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는 근본적인 개혁과제에는 소극적인 대신 주택경기와 부동산 투기에 대응하는 단기 시장대응정책에 대부분의 정책역량을 쏟아왔다.   

다행히도 종부세 강화와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이른바 ‘9.13대책’ 이후 서울을 비롯한 전국 주택시장이 빠르게 가라앉고 있다. 그 동안 부동산 투기와 주택가격 급등 상황에 대응하는데 급급했던 문재인정부가 이제는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좀 더 근본적인 개혁에 나서야 할 때가 됐다.   

이 글은 여러 주택정책 과제들 가운데서도 현행 선분양제의 짧은 역사와 문제점을 살펴본 뒤 후분양제 도입의 필요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와 함께 건설업계나 부동산업계가 주장하고 보수 언론들이 주로 유포하는 후분양제 도입 반대 논리에 대해 구체적으로 따져보고자 한다. (필자)


연합뉴스

선분양제의 짧은 역사 

우선, 선분양제의 역사를 짧게 살펴보자. 주택 선분양 제도는 1977년 아파트 분양가규제가 도입됨에 따라 주택건설업체들의 채산성이 악화될 것으로 판단한 정책당국이 주택건설업체들의 금융비용을 줄여준다는 명목으로 도입한 제도다. 주택건설업체들이 제도권 금융에 이자를 물지 않고 주택 수요자로부터 주택건설자금을 무이자로 직접 조달해 주택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같은 선분양제는 당시 민간 주택건설업체들이 모두 영세하고 자금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급속한 도시화와 수도권 인구유입 가속화에 따른 주택공급 부족을 비교적 단기간에 해소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한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선분양제는 시장가격 이하로 책정된 분양가와 실제 시장거래가격 간의 차익을 노리는 투기적 가수요를 유발시켰으며 공급자 우위 시장을 고착화했다는 점에서 부정적 측면 또한 적지 않았다. 반복적인 부동산 투기 파동과 경기 침체기에 미분양 증가에 따른 주택 구입자 피해가 두드러지자 그 부정적 측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 때문에 이미 1995년 선분양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감사원의 권고에 따라 정부가 1997년부터 시장원리에 맞게 후분양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택건설업계는 시장원리에 입각해 후분양제를 시행하려면 먼저 시장원리에 어긋나는 분양가 규제도 함께 자율화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후 사태는 엉뚱하게 치달았다. 건설업계의 분양가 자율화 요구는 즉각 받아들이면서도 외환위기 직후 고사위기에 몰린 건설업계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선분양제 도입은 뒤로 미뤄졌다. 공급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선분양제 하에서 분양가마저 자율화돼 오히려 공급자인 건설업체들의 힘만 일방적으로 잔뜩 키워준 결과를 낳은 것이다. 2003년 초 노무현 정부 인수위시절 후분양제 도입방침이 결정됐으나, 당시 건설교통부 등의 미온적 태도로 후분양제 도입은 지지부진해지고 선분양제가 여전히 대세를 이뤘다. 국내 주택시장은 선분양제 아래 분양가자율화라는, 공급자를 위해서는 최선이지만 소비자를 위해서는 최악의 제도가 자리잡게 된 것이다. 그로 인해 2000년대 이래 주택가격이 뜀박질하는 사태가 반복되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됐다. 

선분양제의 폐해와 문제점 

이어 선분양제의 폐해와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자.  

우선 선분양제는 주택가격의 등락폭과 부동산 경기의 진폭을 키운다. 주택 가격이 오르면 건설업체들은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사업을 서둘러 주택 분양물량을 크게 늘린다. 주택가격이 오르는 추세에서는 손쉽게 분양할 수 있고 선분양 대금으로 큰 부담 없이 주택사업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선분양제 하에서 주택 수요자는 약간의 초기 계약금만 있으면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주택을 청약할 수 있으므로 분양권 전매차익(분양권 전매 허용시)이나 입주 후 매매차익을 기대하고 자신의 예산한도를 넘어서서 무리한 청약에 나서게 된다. 그 결과 초과 수요에 의한 청약 과열→주택건설업체의 고분양가 분양→주변 집값 상승으로 이어져 집값 상승폭을 키우는 주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둘째, 선분양제는 분양에서 완공에 이르기까지 긴 시차로 인해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수급 미스매치를 유발하기 쉽다. 선분양제 하에서는 아파트 분양 시점에서 입주 시점까지 약 3년 정도의 시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사업기획 및 토지 매입 기간까지 포함하면 입주시점까지 4~5년 정도 걸리는 것은 보통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시차는 근본적으로 부동산 경기의 진폭을 키우는 속성을 갖고 있다. 이는 선분양제와 후분양제 하에서 주택건설업체가 하는 사업 판단을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선분양제 하에서 건설업체는 금융비용의 상당 부분을 분양계약자에게 전가할 수 있으므로 자신들의 예산제약을 넘어 무리한 사업을 벌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후분양제였다면 매년 평균 2개의 주택사업을 벌일 주택업체가 선분양제에서는 3개 이상의 사업을 벌이게 되는 식이다. 또한 3년 후 분양시점이 아니라 바로 당장의 분양률만 높이면 되므로 상대적으로 근시안적인 사업 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면 후분양제 하에서는 상대적으로 건설업체의 자체 자금이 더 많이 들어가야 하고, 3년 후 입주시점에 분양에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를 신중히 검토해 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또 주택 건설사업에 자금을 대주는 금융기관 역시 3년 후 입주시점에서 성공적으로 분양될 수 있는지를 따져야 하므로 좀 더 냉철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성을 따져 대출을 하게 된다. 또 주택건설업체는 가능하다면 주택경기 침체기에 저렴한 비용을 들여 사업을 시작해 부동산활황기에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완공해 분양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그 경우 주택건설업계 전체로는 자연스럽게 경기침체기 때에 주택건설사업을 시작해 경기 활성화 효과를 낼 수 있게 되며 경기활황기에 완공주택 증가로 주택가격 급등을 제어하는 생산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선분양제보다는 상대적으로 주택수급의 진폭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셋째, 부동산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고 주택 가격 하락폭이 커지면 각종 분양사고가 잇따르고 있고, 입주대란이나 역전세난으로 많은 가계가 피해를 입게 될 여지가 선분양제 하에서는 더 커진다. 선분양제 하에서 주택 수요자들은 완성된 주택을 사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기한까지 입주할 수 있는 분양권을 청약해 사게 된다. 그런데 완공 전에 부동산 경기의 갑작스러운 냉각으로 주택건설회사가 부도를 낼 경우 피해의 상당 부분을 분양계약자가 떠안아야 한다. 물론 공기업인 도시주택보증공사를 통해 건설사의 부도나 파산 등에 의해 생겨나는 분양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 분양을 보증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입주지연으로 인한 금전적, 정신적 피해 등 주택 수요자의 피해는 상당 부분 불가피하다. 실제로 주택시장 침체기에는 주택건설업체 등의 자금난 등으로 주택보증사고가 빈발한다. 

또한 지방은 말할 것도 없고 서울과 수도권의 신규 아파트 단지에서 최근 입주 시점에 역전세난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시세차익을 노리고 아파트를 청약한 계약자들은 직접 입주하기보다는 분양받은 아파트를 전세로 돌려 주택대출에 대한 이자부담을 줄이려 한다. 그러나 이런 처지의 계약자들이 한둘이 아니다 보니 최근 9500세대가 한꺼번에 입주하는 서울 동남권의 헬리오시티와 주변 단지에서 전세가격이 급락하며 역전세난까지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넷째, 선분양제 아래서는 가계가 무리하게 부채를 지게 돼 가계의 부실화 가능성이 커진다. 선분양제에서 주택소비자는 상대적으로 소액인 계약금만 있으면 주택을 청약할 수 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후분양제에 비해 자신의 예산제약 범위를 벗어나 무리한 주택청약을 하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러다 보니 소득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는 분양계약자들이 아파트에 입주하기도 전에 중도금과 잔금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금융권에 수억 원의 빚을 지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처럼 잔뜩 빚을 진 가계들이 지금처럼 주택가격이 급락한다면 어떻게 될까? 시세차익은커녕 자산가치 하락과 함께 감당하기 힘든 부채만 떠안게 된다. 수도권 주택시장의 침체가 길어지면서 2011~2012년에 본격화했던 ‘하우스푸어’ 현상도 바로 과도한 부채를 바탕으로 한 주택 매수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었다. 만일 대부분의 주택을 완공시점에 맞춰 후분양제로 청약한다면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빚을 져가며 엄청난 고분양가에 청약할 주택 수요자들이 얼마나 있을까? 결국 주택건설업체들은 고분양가로 상당한 폭리를 취한 뒤 주택 수요자들만 부동산경기 침체시 자산가치 하락이라는 위험 부담을 떠안게 되는 구조인 셈이다.   

다섯째, 선분양제에서는 부실시공 또는 저품질 시공 문제가 자주 발생하게 되며, 주택소비자는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기 어렵다. 선분양제 아래에서는 소비자가 팜플렛과 견본주택 정도만 보고서 주택 청약에 나서야 한다. 이후 분양을 마친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주택을 충분한 비용과 노력을 들여 고품질로 시공해야 할 유인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선분양제 하에서 부실시공 문제나 입주시점에 입주민들의 주택하자와 관련한 민원이 일상화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설사 부실시공이나 저품질 시공이 발생해도 입주한 뒤에는 주택가격의 하락을 걱정하는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도 어려운 상황을 만든다. 기술적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수십 년 동안 층간소음 문제로 아래위층간 거주자들끼리 갈등을 겪는 상황도 선분양제 하의 저품질 시공과 깊이 연관돼 있다.    

마지막으로, 선분양제가 주택 공급자에게 유리하고 주택 소비자에게 불리한 제도라고 해서 주택 공급자인 건설업체들에는 아무런 피해가 없을까? 그렇지 않다. 앞에서도 보았지만 선분양제는 부동산 경기 호황기에 주택건설업체가 무리한 주택사업을 벌이는 유인으로 작용한다. 주택건설업체들은 ‘떴다방’과 기획부동산까지 동원해서 어떻게든 부동산 투기 붐을 일으켜 분양에만 성공하면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3년 후 입주 시점의 주택경기에 대한 판단은 거의하지 않고 사업을 진행한다.  

이런 과욕과 무리한 사업판단으로 택지를 매입해 분양을 시도하다가 부동산경기가 죽으면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게 된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에는 전국적으로 16만호가 넘는 미분양이 발생했는데, 이처럼 막대한 미분양 물량이 쌓이는 현상은 미국이나 일본 등 후분양제를 시행하는 대다수 국가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다. 이렇게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면 건설업체들도 해당 사업에 돈이 묶이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다가 파산할 위험이 훨씬 커진다. 이런 양상이 확대되면 금융권의 부실 증가로 이어져 더 큰 경제적 파장을 낳을 수도 있다.  

후분양제를 반대하는 단골 레파토리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선분양제가 부동산시장의 투기 진폭을 키우고 주택소비자의 권리를 제약하는 등 사회경제적 폐해가 너무나 크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건설업계와 부동산업계, 상당수 보수언론들과 경제지 등은 후분양제를 실시하면 마치 큰 문제가 생길 것처럼 왜곡하며 후분양제 도입을 반대해왔다. 이들이 내놓는 후분양 반대를 위한 단골 레파토리는 크게 세 가지인데, 이들 주장이 설득력이 있는지 하나씩 따져보자. 

우선, 후분양제를 실시하면 건설업계가 지게 되는 금융비용 부담이 늘어나 이를 주택 수분양자에게 전가하게 되므로 분양가가 인상된다는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건설업체가 금융비용을 고려해서 분양가를 책정하기보다는 분양시점의 주택시장 상황에서 형성되는 주변 집값을 고려해서 "브랜드가치", "미래투자가치" 등 검증하기 어려운 불투명한 근거들을 대며 분양가를 책정해왔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없다. 설사 건설업체의 금융비용만큼 분양가가 올라간다고 해도, 수분양자 입장에서 지는 비용부담은 똑같다. 선분양제였다면 아파트를 짓는 3년 가량동안 수분양자가 조달하는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 등의 이자비용만큼 후분양제에서 분양가가 높아지는 것일 뿐이다. 조삼모사일 뿐, 어차피 수분양자 입장에서 지게 되는 부담은 똑같은 것이다.  

건설업계의 주장과는 달리 후분양제 하에서는 오히려 분양가가 낮아질 가능성이 더 높다. 지금까지 선분양제 하에서는 3~5년가량 거치기간을 둔 집단대출을 통해 자금이 충분치 않은 일반인들도 무리하게 청약하다 보니 건설업계도 분양가를 과도하게 올릴 수 있다. 반면 후분양제에서는 주택 수요자가 자금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과도한 부채 부담을 지고 집을 사기 어렵다. 또한 주택 완성품을 보고 당시 경기 상황에 맞춰 집을 사게 된다. 이 경우 부채에 의존한 투기적 가수요가 줄어들게 되므로 분양가는 인상되기는커녕 오히려 떨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 

또한 후분양제를 시행하면 실제 투입비용을 토대로 분양가를 결정하기 때문에 아파트 분양가격이 적절한지 검증 가능성을 높일 수 있어서 오히려 분양가 거품을 뺄 수 있다. 이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006년 SH공사가 짓는 모든 공동주택에 대해 공정률 80% 이후 시점에서 후분양하도록 했는데, 그 당시 은평뉴타운은 분양가가 오히려 10% 이상 인하됐다. 이후에 진행된 서울시 장지와 발산지구 아파트 분양가도 비슷한 시기의 다른 아파트들보다 30% 이상 저렴했다. 물론 이는 분양가를 꼼꼼히 따질 수 있는 원가공개 정책을 함께 가동한 덕분이기도 하다. 

둘째, 건설업계나 부동산업계는 후분양제를 실시하면 자금력이 취약한 건설업체들이 무너질 수 있다며 후분양제를 반대한다. 이는 일정한 상황에서 일부 사실일 수 있으나 얼마든지 충격을 줄일 대책을 실행할 수 있다. 가장 간단하게는 자금력이 취약한 건설업체들도 최대한 공급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보증 여력을 확대해주면 된다. 그리고 해당 건설업체에겐 안타깝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부실한 건설업체가 퇴출되는 것은 정상적 시장에서라면 이미 일어났어야 할 일이다. 오히려 주택소비자는 완공된 주택의 품질을 확인하고 사게 되므로 부실업체들의 부실시공이 사라지고, 기획력이 좋고 높은 품질로 성실하게 시공하는 건설업체들은 오히려 성공할 기회가 커진다. 

사실 지난 몇 년간 박근혜 정부에서 사상 최대의 가계부채를 동원해 만든 ‘분양 호황’으로 상당수 건설업체들은 부채를 털었다. 이런 점에서 지난 몇 년간은 건설업체들의 부채를 가계부채로 이전하는 과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건설업체들의 자금 사정이 좋아진 상황에서도 후분양제를 실시하지 못한다면 언제 실시할 수 있겠는가. 

셋째, 건설업계 등은 후분양제 도입으로 주택공급이 줄어 집값이 오히려 뛰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이 또한 설득력이 없다. 사람들이 실제 들어가서 입주할 수 있는 주택물량이 실제 주택의 공급물량이라고 한다면, 후분양제로 바꿔도 분양 시점이 달라지는 것일 뿐 입주 시점을 기준으로 하는 공급량은 달라지는 게 없다. 물론 선분양에서 후분양으로 전환할 때 정부든 건설업체든 행정적 준비 등으로 몇 개월 사업이 지연될 수 있지만, 그 때문에 엄청난 공급 차질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 몇 개월의 지연은 한 번만 겪으면 되는 문제다. 오히려 앞에서 설명했듯이 후분양제를 도입하면 선분양제 하에서 투기적 과열과 침체를 반복하며 지나친 공급 과부족이 되풀이되는 흐름이 약화된다. 또한 주택건설경기와 집값의 진폭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백보를 양보해 건설업체가 주장하는 대로 후분양제에서 공급이 줄어 집값이 뛴다고 쳐도 선분양제 하에서 분양권 차익을 노린 투기적 가수요가 들끓어 집값을 밀어올린 효과보다는 훨씬 작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건설업체들 주장이 맞다면,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사상 최대 입주물량이 쏟아지는 향후 1~2년간이 후분양 이행을 위한 적기다.  

문재인 정부, 더욱 후분양제 전면 도입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이처럼 어떤 핑계를 대도 이제 선분양제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 후분양제 전면 도입은 건설업계나 보수언론 등이 흔히 말하는 ‘반시장적 조치’와도 거리가 말다. 오히려 후분양제는 다른 모든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완성품을 사게 한다는 점에서 시장원리에 더 맞다. 수십 년 전처럼 급속한 도시화와 수도권 집중이 빠르게 일어나는데 주택을 공급할 건설업계의 자금력이 취약하다면 모를까. 실질적인 주택 수요에 비해 건설업계가 비대해질 만큼 비대해진 상황에서도 아직 선분양제를 실시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건설업계가 ‘갑질’하게 하는 선분양제냐, 대다수 국민들이 편한 후분양제냐를 선택하는 문제다. 

이런 가운데 국토교통부는 2018년 6월 공공부문부터 후분양제를 도입하겠다는 로드맵을 내놓은 바 있다. 공공부문부터 공정률 60% 이후 단계부터 분양할 수 있도록 하고, 민간업체의 경우 공공택지 우선 분양 등의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그런데 시행주체가 5%의 자금만 가지면 95%는 수분양자들 자금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고, 공사비를 줄여 저품질 시공을 해도 되는 선분양제가 민간건설업체에는 훨씬 유리하므로 이런 정도로는 후분양제 전환이 사실상 어려운 조치였다. 노무현 정부 때도 정권 후반기에 후분양제를 시범사업으로 추진했지만 결국 흐지부지되면서 물 건너간 전례를 볼 때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런 정도로는 사실상 후분양제로 본격적인 전환은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경기도시공사 주택사업의 경우 공정률 80% 이후부터 분양할 뿐만 아니라 100% 완공한 뒤 분양하는 완전한 후분양도 일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정부나 다른 지자체보다는 훨씬 과감한 조치다. 문재인 정부가 경기도의 사례를 따라 좀 더 적극적인 후분양제 전환에 나서주기를 바란다. 선분양제야말로 주택시장의 가장 큰 적폐이고, 후분양제 전환은 온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개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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