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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천의 글로벌뷰] 미국 주식시장의 미래: 잠재 고객들은 얼마나 건강할까?
주식/금융 국제경제 2018-02-26 09:19:12

2월은 주식시장 투자자에겐 유쾌한 달이 아니었을 거다. 미국 주식시장에서 발생한 느닷없는 시장 발작 즉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는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왜 시장이 느닷없이 발작 증상을 보이는지 그 해석에 분분하다. 기술적, 기본적 분석에 바쁘다. 거칠 것 없는 파생상품의 질주, 금리가 오를 것이란 불안감, 알고리즘 트레이딩 등등 원인은 많다. 돌아보면 주식시장은 그야말로 ‘폭주’를 했다. 실물경제와는 무관하게 유동성 파티를 즐겼다. 넘쳐나는 돈은 시장의 연료가 되어 과속을 하게 했다.

시장의 붕괴에 대한 위기감은 당연하다. 시장 참여자라면 더욱 그렇다. 자신의 자산 가치가 하락하는 걸 반길 사람은 없다. 시장 참여를 하지 않는 사람은 어떤가. 일견 그리 걱정할 일이 아니라 생각할 수 있다. 시장의 급락으로 당장 손해 볼 일이 없기 때문이다. 과연 그럴까. 아니다. 안심할 일은 아니다. 2008년의 금융위기에서 경험했듯 금융시장 붕괴는 실물경제의 침체를 불러온다. 나와 전혀 관련 없는 시장의 붕괴가 내 삶을 지배하는 세상에 우린 살고 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 금융시장이 실물 경제를 쥐락펴락한다. 그것이 시장 참여자가 아니라도 금융시장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우리는 간혹 착각을 한다. 주식시장의 견고함이나 상승세가 경제의 건강함을 대변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지난 침체기에도 주식시장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주식시장은 특정 국가의 건강 정도를 반드시 대변하지는 않는다. 단기적으로 그렇다. 하나, 장기적으로 특정 국가의 주식시장은 국가와 국민의 건강도와 비례한다. 시장은 국민 개개인의 소득과 비례해 그 건강이 결정된다. 때문에 특정국 시장이 장기적으로 어떨 것이냐를 판단하려면 해당 국민의 삶이 얼마나 나아지고 있는지를 보면 된다. 미국 주식시장의 향후 판도는 미 국민의 호주머니가 얼마나 두둑해질 것이냐에 달려 있다. 그렇다면 과연 미국 주식시장은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 있을까?


미국 주식시장의 불평등한 소유 구조

미국의 부를 소수가 독점하고 있듯 미국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일단, 미국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건 미국 국민만이 아니다. 미국 가계의 경우, 겨우 절반만이 미국 주식을 소유하고 있을 뿐이다. 나머지 다수의 미국 주식은 외국인과 투자기관 그리고 소수의 부자들이 보유하고 있다. 놀랍게도, 외국인이 미국 주식의 35%를 보유하고 있다. 주식 수가 아닌 보유액 기준으로 그렇다. 외국인 보유액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림1>


위 그림에서 외국인직접투자는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고자 하는 기업들에 의해 이루어진 투자를 말한다. 가령, 삼성전자의 미국 법인 같은 경우이다. 반면, 포트폴리오 투자는 그야말로 주식시장에 투자해 수익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투자한 금액을 말한다. 증시 시세, 통화 간 환율 변동을 이용해 수익을 얻으려는 개인, 기업, 전문적인 투자기관에 의해 이뤄지는 투자를 말한다.

뉴욕대학 경제학자인 Edward Wolff의 논문 ‘미국 가계의 부 추세, 1962~2016: 중산층 부는 회복됐는가?’에 따르면 미국인이 보유한 주식의 84%는 상위 10% 부자가 독점하고 있다. 상위 1% 가계가 미국 부의 40%를 독점한 것과 비슷하다. 외국인 몫 35%를 제외한 65%를 미국인이 보유하고 있고 이중 84%를 소수 10%가 독점하고 있다. 부자들의 몫은 전체 주식의 55%에 달한다. 결국, 미국인의 90%는 외국인 몫 35%, 10% 부자들의 몫 55%를 뺀 10%만을 나눠가지고 있는 셈이다. 한 마디로, 미국인 평균 가계가 보유한 주식 액수는 보잘 것 없다. 부의 불평등은 주식 소유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게다가, 이는 평균이다. 미국 가계의 절반은 미국 기업 주식을 한 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 연구가 말해주는 것이 있다. 우선, 미국 주식시장은 미국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의 주식시장은 소수의 소득을 반영하고 있다고 봐도 좋다. 시장의 상승세는 결국 이들 소득이 늘어난 결과물이다. 미국인 절대 다수는 여전히 미국 주식시장에서 소외되어 있다. 결국, 주식시장의 상승세는 이들 다수의 삶이나 소득과 전혀 무관하다. 

주식시장 역시 시장이다. 시장은 고객을 필요로 한다. 특정 주식시장의 건강성은 고객의 그것과 비례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미국 주식시장의 잠재적 성과를 보장하는 건 미 국민의 경제 건강성이다. 주식시장 성패는 국민 개개인의 경제 건강성에 의해 좌우된다. 고객이 없거나 건강하지 않다면 주식시장 역시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다. 한데, 미 국민 절대 다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들은 향후에 주식을 보유할 수 있을 것인가. 그렇다면 미국 주식시장은 충분히 성장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그렇지 않다면 미국 주식시장은 하락 압박에 처할 수밖에 없다. 과연 미국 주식시장의 잠재 고객인 미국인들은 어떤 상황일까?


평균의 함정

임금 성장 기대감이 최근 주식시장 약세의 원인이 되고 있다. 임금 성장을 인플레이션 신호로 받아들여 금리가 오를 거란 불안감 때문이다. 금리가 오르면 주식이 덜 매력적인 자산이 될 거란 분석이다. 이는 부분적으로는 사실이다. 금리가 오르면 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자에게 주식은 점점 그 매력이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임금 상승은 미국 가계가 더 부유해진다는 것을 뜻한다. 부유해진다는 말은 구매력이 상승한다는 얘기와 다름없다. 가계의 구매력 상승은 주식시장에도 호재가 될 수 있다. 

<그림2>


이때 중요한 건 미국의 임금 상승이 과연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가이다. 최근 데이터를 보면 평균 임금이 정말로 약간 오르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평균의 함정이란 사실을 알아야 한다. ‘평균’은 ‘모든 사람’을 뜻하지 않는다. 모집단 중 일부의 값만 변해도 평균은 바뀐다. 정부가 발표하는 임금 상승에 관한 통계는 관리직과 노동자 모두를 포함하는 평균치이다. 이 둘을 분리해서 보면 평균의 함정을 잘 알 수 있다. 지난 침체 이후 임금 상승 기조가 뚜렷한 것은 상위 20%에 속한 관리자층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하위 80% 노동자들의 임금은 여전히 하락 추세에 있다.

위 그림을 보면 임금 성장의 불평등을 확인할 수 있다. 상위 20%의 임금 상승률은 금융위기 시점을 능가하고 있다. 반면, 하위 80%의 임금상승률은 금융위기 때보다 아래에 있다. 더욱이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것은 임금이 오르고 있다고는 하지만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상위 20%가 임금 상승분 대부분을 가져가고 있는 반면 하위 80%는 정체 상태거나 외려 임금 성장이 감소하고 있다.

비즈니스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얼마의 돈을 쓰느냐에 달려 있다. 주식시장이란 비즈니스 역시 같다. 이것이 문제다. 주식을 살 고객 중 어떤 이들은 임금 상승을 향유하고 있으나 대부분은 아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디서 돈을 마련해 소비하는 걸까? 주식시장이 매력이 있다면 저축을 깨서라도 혹은 빚을 내서라도 사려 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평균 가계는 그마저도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미국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실제 저축은 계속 감소하고 있고 빚마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3>


가처분소득 대비 인플레이션 조정을 거친 저축률은 1970년대 이래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 수치는 지난 침체 후 일시적으로 반등했으나 침체가 종료된 후 다시 하락했다. 현재 저축률은 사상 최저 수준인 2% 수준이다. 미국 가계의 단기적 저축률 평균은 장기 평균을 하회하고 있다.

주목해야 할 건, 이 데이터에는 부유한 사람들의 저축도 포함됐다는 것이다. 이들 부유층의 저축률은 평균보다 높다. 따라서 대다수의 서민들의 저축률은 가처분소득의 2% 이하라 봐야 한다.

임금을 더 받거나 저축을 깨서 소비를 늘릴 수 없다면 유일한 옵션은 부채를 얻어 소비를 늘리는 것이다. 보통 그것은 신용카드를 통해 이뤄진다. 미국의 신용카드 부채는 얼마나 늘어났을까. 2016년 말 기준으로 미국 가계 당 신용카드 부채는 약 8,377달러에 달한다. 2017년 말 기준으로 가처분소득의 7%를 넘어서 8%에 근접하고 있다. 

미국인들이 신용카드사에 진 빚의 총액은 2017년 말 기준으로 약 7,65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이미 그만큼의 돈이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하는데 쓰였다는 얘기다. 침체 전 평균 가처분소득 대비 신용카드 부채 비율은 약 6%선이었다. 한데, 지난 침체 이후 그 수치는 껑충 뛰어 다시 과거의 평균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현재는 7%를 넘어 8%에 근접 중이다. 이 비율은 느리지만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미국인의 가처분소득 대비 신용카드 부채비율은 저축율의 2배 이상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노동자 임금이 정체를 보이거나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것은 심각한 문제다. 물론 이것은 대부분의 주식에 긍정적이지 않다. 지난 10년 주식시장은 엄청난 성장을 했다. 그러나 소비자 소득 성장은 미진했다. 이런 불균형은 지속 가능할까? 잠시 동안은 가능할 것이다. 중국 주식시장 역시 같다. 주식시장의 붐은 인민 대부분의 가난과 공존해왔다. 이는 불균형이다. 불균형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중국 역시 이런 상황을 지속시킬 수 없을 것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국가의 주식시장은 국민의 소비경제 능력을 반영한다. 국민의 잠재 소비 수준을 넘어서는 주식시장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미국 주식시장은 경제보다 빠르게 성장해왔다. 그것은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 가파른 인플레이션은 주식시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 하나, 경제 성장이 동반된다면 인플레이션이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소득 증가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인플레이션 자체는 중립적일 수 있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은 오르고 임금 상승이 부적절하게 배분되는 상황이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2월 1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향후 미국 증시의 폭락이 닥칠 것이라 주장했다. 지난 ‘플래시 크래시’는 앞으로 닥칠 ‘본편’에 앞서 나타난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투자은행의 주장이 바로 성장 지체, 인플레이션 상승, 임금 상승의 부적절한 배분을 가정한 것이다. 

주식시장의 동력으로 작용할 이른바 ‘능력 있는 고객’이 점차 고갈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 현재 미국의 참 모습이다. 다수의 주머니가 비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은 고통이 될 수밖에 없다. 채권수익률이 점차 상승하면 금리를 추구하는 투자자들의 이탈 역시 불 보듯 뻔하다. 주식시장을 지탱할 주춧돌이 사라지면 시장의 붕괴는 불가피하다. 주식시장은 사이클을 그린다. 마냥 호황일 수는 없다. 어느 순간 주식시장이 진짜 경제를 반영하는 때가 온다. 언제 그 시점이 도래할까. 누구도 모른다. 하나, 점점 그 시점이 다가오고 있음은 분명하다.

※ 본 보고서는 외부 필진의 기고문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시각 및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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