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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천의 글로벌 뷰] 신흥국 위기의 불가피성
주식/금융 국제경제 2018-10-08 01:09:37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이 현지시간으로 지난 26일 기준금리를 또 올렸다. 올해 들어 세번째 인상이다. 이로써 미국의 기준금리는 2.00 ~ 2.25%가 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인상이 예고된 것이어서 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과연 전문가들의 예상은 맞을까? 연준이 금리를 올린 지 일주일 정도가 지났다. 한데, 시장은 생각보다 격하게 반응하고 있다. 미 국채 금리가 천장이 뚫린 듯 치솟고 있다. 10년물 금리는 2011년 이후 최고까지 올랐다. 현지시간 3일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전날 3.056%에서 3.159%로 올랐다. 하루에 10bp 이상 뛴 것이다. 30년물 국채도 전날 3.206%이던 금리가 3.315%로 올랐다. 둘 다 2016년 11월 9일 이후 하루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금리 수준으로 보면 10년물은 2011년 이후, 30년물은 2014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그림1>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시장에 생각보다 강한 충격을 주고 있다. 동시에 강 달러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올 3월 이후 달러는 달러 인덱스 기준으로 7% 이상 올랐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 생각보다 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올해 들어 표면화된 신흥국 위기는 이로써 한층 깊어질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 부족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그것의 영향이 간과되거나 무시되고 있다는 데 있다.


글로벌 달러 유동성 고갈 원인

현재 글로벌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는 ‘달러 부족’ 현상이다. 글로벌 달러 유동성을 고갈시키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1. 미국의 재정적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미 국채 수요와 공급 간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 미 재무부는 올 하반기에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3% 증가한 7690억 달러 규모의 국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역내와 역외의 달러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2. 강 달러 현상이 나타나면서 해외로 퍼진 달러가 본국으로 회귀하고 있다.

3. 단기금리와 LIBOR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 이는 연준의 긴축 기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달러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있다.

4. 연준은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종료하고 매입했던 보유 채권을 팔아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고 있다.

미국의 국가부채는 21조 달러를 넘었다. 최근 들어 증가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GDP 대비 미국 부채 비율이 올해 100%에 달할 것이라 전망했다. 한 마디로 미국의 재정적자가 심화되면서 국채 발행이 늘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채 발행이 늘어난다는 얘기는 그것을 매수하는 역내 자본은 물론 외국 자본 즉 역외 달러 유동성을 흡수한다는 얘기다. 또 연준은 금리를 올리고 대차대조표 축소를 통해 은행 시스템으로부터 돈을 빨아들이고 있다. 이 두 상황이 결합되면서 미국 국경 밖의 달러 유동성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최근의 강 달러와 단기금리 상승 현상은 의심할 바 없이 달러 차입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특히, 현재와 같이 신흥국들이 파열 양상을 보일 때는 더욱 그렇다.


신흥국 통화 약세의 영향

미국 달러가 오름에 따라 다른 통화 약세 현상이 깊어지고 있다. 다음 그림을 보면 달러 대비 주요 신흥국 통화의 약세 현상을 잘 알 수 있다. 

<그림2> 미 달러 대비 주요 통화 변화율. 2018.03.31~ 2018.6.29
 
불행한 일이지만 현재의 달러 기축통화 시스템 하에서 미국을 제외한 국가의 중앙은행은 자국 통화를 방어할 때 매우 제한적인 옵션 만을 갖는다.
첫 번째 옵션은 금리를 올리는 것이다. 더 높은 금리를 주면 투자자들이 돈을 국경 너머로 빼내 가지 않을 거란 믿음에 기초한다. 하나 금리를 올리는 것은 고통을 수반한다. 성장을 둔화시키며 채무자를 위기로 몰아넣는다. 금리 조절은 거시적 목표 달성을 위해 진행된다. 때문에 단순히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취한 금리인상은 양날의 칼로 작용한다. 단기적으로 자본 유출을 막을 순 있지만 국가 경제를 침체로 몰아가는 게 일반적이다.

두 번째 옵션은 보유 달러를 매도하는 것이다. 중앙은행은 자국 통화를 보호하기 위해 보유 달러를 외환시장에 내다 팔 수 있다. 미국 달러의 급등세를 진정시키고 추락하는 자국 통화 가치를 올리기 위한 선택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비용 대비 효과가 적고 심지어 위험하기까지 하다. 수 년 동안 애써 모아 놓은 달러를 단기간에 탕진할 수 있다. 일시적으로 자국통화 가치를 지켜낼 수 있지만 보유 달러가 고갈되면 다시 자국통화 가치는 하락하게 된다. 이것이 20세기 말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에 발생했던 일이다.


달러 유동성 감소

현재 글로벌 달러 유동성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중이다. 달러 부족이란 파고가 높아지고 있다.

<그림3> 뱅킹 시스템의 달러 초과/부족

 
위 그림에서 보듯 유로가 약세를 보이면 달러는 일반적으로 강세를 보인다. 유로 약세/달러 강세 현상이 깊어지면 뱅킹 시스템 내의 달러 유동성은 줄어든다. 2018년 들어 달러 유동성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공급이 줄고 수요가 늘면 가격이 오르는 건 경제학의 기초다. 미국 달러가 시장에서 사라질수록 달러 가격은 오르게 된다. 역외시장에서 달러 몸값이 오르면 그것을 얻는데 더 높은 금리를 줘야 한다. 이는 달러를 빌린 국가와 기업에게 치명적인 일이 된다. 

현재의 터키 상황을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올들어 통화가치 급락으로 물가 비상이 걸린 터키의 지난달 연간 물가상승률이 자그마치 24.52%에 달한다고 터키 통계청이 밝혔다. 터키 중앙은행은 지난 9월 기준금리를 17.75%에서 24%로 6.25%포인트 올리면서 자국통화인 리라화 폭락을 막으려 애를 쓰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터키는 오늘날 취약 신흥국이 얼마나 심각한 위기 상황에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연준은 금융위기 이후 10년에 걸쳐 제로금리 정책을 시행했다. 투자자들은 사상 초유의 저금리 상황에서 수익에 굶주리게 된다. 자연스레 위험하지만 수익률이 높은 거래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캐리 트레이드가 대중적인 거래가 되었다. 헤지펀드와 투자자들은 캐리 트레이드를 통해 넘쳐나는 돈을 굴려왔다. 

캐리 트레이드란 저금리로 돈을 빌려 높은 금리를 주는 채권 등에 투자하는 거래를 말한다. 캐리 트레이드의 특징은 국경을 넘나드는 거래에 있다. 미국이나 일본과 같이 초저금리 국가에서 돈을 빌려 터키와 같은 신흥국 고수익 채권에 투자하는 거래다. 

캐리 트레이드를 하는 주체들이 돈을 버는 방식은 두 가지다. 외국 채권의 높은 수익률과 환차익이다. 여기서 수익률은 고정적이지만 환차익은 확정적 수익이 아니다. 빌린 통화가 절하되고 투자한 국가의 통화가 절상될 때만 수익이 보장된다. 반대로 빌린 통화가 절상되고 투자한 국가의 통화가 절하되면 손해를 본다.

예를 들어, 10만 달러를 2%로 빌려 터키 리라로 환전해 터키 채권 2년물(수익률 8%)를 샀다면 투자한 당사자는 일단 6% 수익을 고정적으로 얻는다. 채권 수익률 8%에서 빌린 돈 이자 2%를 제한 금액이다. 운이 좋아 2년이 흐른 시점 채권이 만기가 되어 달러가 리라에 대해 10% 절하된 경우, 환차익으로 만 달러의 추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가령 달러와 리라의 환율이 채권 매입 시점 1:10에서 채권 매도 시 1:0.9가 됐다면, 채권 매수 시에는 백만 달러로 백만 리라 상당의 채권을 산 셈이 된다. 채권을 팔 때, 액면가 백만 리라를 회수한 후 백만 리라를 달러로 환전하면 백십일만 달러 이상을 받을 수 있다. 십일만 달러 이상의 환차익을 보게 된다.

캐리 트레이드 시 환차익은 최소한 환율 변동이 없거나 투자 대상국 통화 강세, 차입국 통화 약세 조건이 충족될 때이다. 만약 미국에서 달러를 차입해 캐리 트레이드를 한 경우라면, 달러가 타국 통화 대비 약세를 보이고 연준이 금리를 계속 낮게 유지할 때 가능한 시나리오다. 2008년에서 2015년에 이런 일이 실제로 가능했고 캐리 트레이드 주체들에겐 호시절이었다. 하나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긴축 상황이 이어지고 있고 유동성이 고갈되면서 헤지펀드, 대형은행, 그림자금융엔 빨간 불이 켜졌다. 캐리 트레이드 주체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됐다. 이들이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 가장 유력한 것은 투자 자본 회수다. 이로 인해 신흥국 자산시장 하락, 달러 유동성 고갈이 시작되고 있다. 


필연이 된 위기

금융위기를 미리 예측한 신오스트리아학파의 오스트리언 경기변동론(Austrian Business Cycle Theory)에 따르면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 신용의 잘못된 배분이 드러나게 되며 그것은 반드시 원래 상태로 복원된다. 쉽게 풀어 쓰면, 저금리 상황에서는 신용이 남발되기 마련인데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 그 실체가 드러나게 되며 그렇게 남용된 신용은 원래 상태로 조정된다는 뜻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들은 달러 부족 문제를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한다. 이는 중대한 실수다. 2008년 이후 완화적 통화정책은 거대한 부채 버블을 만들었다. 이로 인해 자산가격은 사상 최고로 끌어올려졌다. 그런데 상황이 역전된 지금, 시장은 긴축이 자산가격을 끌어내릴 것이란 사실을 애써 부정한다. 오늘 마시고 있는 술이 기분을 좋게 만들지는 모르지만 내일 숙취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믿지 않는 것과 같다.

향후 벌어질 상황은 비교적 분명하다.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헤지펀드, 기관, 투자자들은 신흥국 포지션을 정리하게 될 것이다. 상황은 과거와 똑같이 악화될 것이다. 

<그림4> 달러 유동성과 신흥국/선진국 주식시장
 
그림에서 보듯 달러 유동성과 자산시장과는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다. 일반적으로 달러 유동성이 풍부할 때는 신흥시장이 선진시장을 뛰어넘는 상승률을 보이지만 달러 유동성이 감소하면 신흥시장은 선진시장 이상 하락한다. 

달러 유동성 감소 시기에 신흥국 위기가 본격화되는 건 시간 문제일 뿐이다. 보유 달러가 고갈되는 순간이 그 시점이 될 것이다. 1998년의 아시아 금융위기가 다시 발생한다 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 달러 보유액이 많지 않은 국가들이 선두에서 무너질 것이며 그것은 신흥국 대부분으로 번져 마침내 선진국까지 오염시킬 것이다. 

미국이 이런 상황을 동정하거나 이해할 거라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미국은 자국 성장이 둔화 조짐을 보일 때까지 긴축을 계속할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현지시간 2일 “미국 경제는 이례적으로 낮은 실업률과 낮은 인플레이션으로 매우 좋은 상황이며 향후 전망도 밝다”고 말했다. 이날 보스턴에서 열린 전미실물경제학회에서 한 말이다. 더욱이 현재 금리가 중립금리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견해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경기 부양적이지도, 제약적이지도 않은 금리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여전히 갈 길이 남았다는 점을 시사했다고 볼 수 있다. 기준금리를 중립적 수준을 향해 점진적으로 올려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미국의 긴축은 미국 달러에 의지해 경기 부양을 해오던 국가와 달러 차입을 통해 투자를 해온 기업들에겐 악몽의 시기가 도래한다는 것을 뜻한다. 나른한 행복감에 젖은 시간이 가고 지끈거리는 숙취의 시간이 오고 있다. 한데도, 여전히 세계는 달러 부족이 미칠 파장에 눈을 감고 있다. 우리라고 안심할 수 있을까. 미국의 고금리는 폭풍으로 다가오는데 우린 그 비바람을 막아줄 우산을 갖고 있는 걸까. 소 잃고 외양간 고칠 게 아니라 서둘러 외양간을 보수하는 길만이 다가올 달러 부족 상황에 어려움을 겪지 않는 길일 것이다. 넘쳐나는 경상수지 흑자에 마냥 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 본 보고서는 외부 필진의 기고문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시각 및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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