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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하는 미국 기업부채, 문제 없을까?
정부정책 산업/기업 국제경제 2019-04-07 20:30:48

미 연준이 지난 3월에 열린 FOMC(연방공개시장조작위원회)회의에서 시장의 예상보다 완화적인 통화정책 방향을 밝히면서 미국경제의 불안요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미국의 기업부채 문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기업부채가 크게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악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미국의 대표적인 전자기기 제조업체인 GE(제너럴일렉트릭)의 신용등급이 한 번에 두 단계 강등된 것은 미국 기업부채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빠르게 증가하는 미국의 기업부채

<그림1>의 첫 번째 그래프에서 보는 것처럼 미국의 GDP대비 기업부채 비중은 2018년 3분기 현재 73.9%를 기록하고 있다. 세계 금융위기 당시 고점이었던 72.5%를 이미 넘어선 것이다. 절대적인 규모 면에서도 기업부채가 크게 늘어났다. 미 연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말 현재 미국 기업부채는 9.8조달러로 금융위기 당시의 6.6조달러에 비해 47%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미국의 가계부채는 세계 금융위기 당시 14.4조달러에서 현재 15.6조달러로 8% 증가했다. 기업부채가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한 것이다. 

미국의 기업부채는 크게 회사채와 대출로 이루어져 있다. 기업들은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와 같은 전통적 통화정책에는 대출을 늘리고, 양적완화를 핵심으로 하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에는 채권발행을 늘리는 경향을 보인다. 양적완화가 채권금리 하락으로 이어져 회사채 발행에 우호적인 여건을 조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 금융위기 이후 미 연준이 비전통적 통화정책인 대규모 양적완화를 시행하면서 미국 기업들이 대출보다는 회사채 발행에 크게 의존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1>의 두 번째 그래프는 미국 기업들의 대출과 회사채 발행 누계추이를 나타낸 것인데, 대출의 경우 최근에 들어서야 세계 금융위기 당시 수준을 넘어선 반면, 회사채 발행은 세계 금융위기 이후에도 꾸준히 증가했다. 이에 미국 기업들의 자금조달에서 회사채가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높아졌다. 

<그림1>
주) BIS(국제결제은행), 미 연준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미국 회사채 시장의 움직임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그림2>의 첫 번째 그래프에서 보는 것처럼 미국 회사채 발행잔액은 2008년 2.2조달러에서 2018년 5.7조달러로 2.5배 증가했다. 그리고 이 같은 움직임은 대부분 투자등급(investment-grade) 회사채의 증가에 따른 것으로 같은 기간 투자등급 회사채가 1.5조달러에서 4.5조달러로 증가했다. 참고로 <그림2>의 두 번째 그림에서 보듯이 회사채는 크게 투자등급과 정크본드(투자부적격등급 채권)로 나뉘는데,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기준으로 투자등급은 AAA(트리플A)에서 BBB-(트리플B 마이너스)까지 포함하고 정크본드는 BB+(더블B 플러스)에서 D까지 포함한다. 

<그림2>
주) 댈러스 연준과 corporate finance institute 자료에서 인용

문제는 세계 금융위기 이후 투자등급 내에서 가장 신용도가 낮은 트리플B 등급의 회사채가 가장 많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트리플B 등급 회사채는 2008년 0.8조달러에서 2018년 2.7조달러로 세 배 넘게 증가했으며, 2018년 말 현재 전체 회사채 시장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트리플B 등급은 정크본드의 바로 윗 단계이며, 트리플B 회사채가 많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미국 기업들의 신용여건이 약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레버리지론(leveraged loan)도 2008년 0.6조달러에서 2018년 1.2조달러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레버리지론은 부채가 많거나 신용도가 약해 고금리 채권시장에 접근하기 어려운 회사들에 대한 대출을 의미하는데 S&P 기준으로 BB-(더블B 마이너스) 이하에 해당한다. 지난해 말 재닛 옐런 전 연준의장과 다른 연준위원들은 레버리지론이 상당히 위험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국 기업부채, 안심할 수 있을까?

물론 미국의 기업이익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발 기업부채 위기가 단기간에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림3>에서 보는 것처럼 2018년 4분기 미국 기업이익은 2조3,108억달러를 기록했다. 3분기에 비해 97억달러(-0.4%) 줄어든 것이지만, 전년동기대비 3.5% 증가한 수치다. 지금과 같은 추세대로라면 미국의 기업이익은 올해에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림3>
 주) 미국 상무부(BEA)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여기에 미국의 경기확장 국면이 이어지는 것도 회사채 시장에 우호적인 여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까지만 하더라도 미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기조에 힘을 실으면서 BBB 등급 채권에 대한 우려가 커졌으나 최근 들어 완화적인 통화정책 방향으로 전환하면서 우려가 완화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BBB 등급 회사채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또한 BBB 등급 회사채는 올해 1분기에 5.8%의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어렵다. 전체적으로는 미국 기업들의 이익이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기업들의 실적이 갈수록 양극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미경제분석국(NBER)이 2017년 5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시간이 갈수록 미국 상장기업들의 이익과 자산이 소수의 기업에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림4>의 첫 번째 그래프에서 보는 것처럼 1975년에는 109개 기업이 미국 기업 전체 이익의 50%를 차지했다면, 1995년에는 89개, 2015년에는 30개 기업이 전체 이익의 5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 역시 쏠림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전체 기업 자산의 50%를 차지한 기업들의 숫자가 1975년 94개에서 1995년 69개, 2015년 35개로 빠르게 줄어들었다. 최근 아마존의 부상으로 기존 유통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는 등 기술혁신을 바탕으로 소수의 공룡기업들이 급성장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2015년 이후에는 이 같은 추세가 더욱 강화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참고로 미국 상장기업 숫자는 1975년 약 4,800개에서 1995년 7,000여개로 늘어났다가 2015년에는 3,766개로 감소했다. 

<그림4>
 주) NBER, GE, Thomson Reuters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반면 이 기간 동안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기업들의 비중은 1975년 13.6%에서 1995년 29.4%, 2015년 37.2%로 크게 증가했다. 미국 기업들의 전체 이익은 증가했지만, 기업 경영상황이 양극화하면서 실적이 악화한 기업들도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실적이 악화되면서 부채가 늘어난 기업들은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상당히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실적악화에 따라 신용등급 강등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 미국의 대표 기업 가운데 하나인 제너럴일렉트릭(GE)이 대표적인 예다. <그림4>의 두 번째 그래프에서 보는 것처럼 GE의 주력사업이었던 전력부문의 매출액이 2017년 349억달러에서 2018년 273억달러로 급감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9억달러에서 -8억달러의 영업손실로 전환되었다. 이에 지난해 10월 초 S&P가 GE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두 단계 강등했고, 무디스와 피치 역시 같은 조치를 취하면서 GE의 주가가 급락했다. GE는 올해 들어 보스턴 사옥 건립계획을 취소하고 생명제약 사업을 매각하는 등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편 미국 회사채의 만기도래 규모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그림4>의 세 번째 그래프에서 보는 것처럼 2019년 만기도래 회사채는 전년대비 94% 증가한 1,510억달러이고 2020년과 2021년에도 각각 2,350억달러와 3,610억달러로 빠르게 증가할 예정이다. 이 같은 흐름은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의 자금조달 능력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 국한되지 않는 기업부채 문제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미국 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적으로 기업부채가 크게 증가했으며, 중국과 같은 신흥국은 물론 선진국에서도 기업부채가 크게 늘어났다. 이와 관련해 지난 3월 말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는 선진국 주요 기업들 가운데 13%에 해당하는 536개가 차입금의 이자도 갚지 못하는 이른바 ‘좀비’상태라고 발표한 바 있다. 세계 금융위기가 한창이었던 시기 626개에 이르는 좀비기업이 있었던 것에 근접한 수준이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기업부채 문제를 악화시키는 공통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9월 국제결제은행(BIS)에서 14개 선진국 3만2천개 기업을 대상으로 좀비기업의 증가원인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결론적으로 이 보고서는 금리 하락을 좀비기업 증가의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기존 연구들은 은행들의 실적이 부진해질 때 취약한 기업들을 대손상각 처리하기보다 부채상환을 연장(roll over)해주려는 유인이 발생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왔으나, 이 보고서는 금리의 하락이 좀비기업 양산에 더욱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림5>
주) BIS 자료에서 인용

사실 금리 하락의 효과는 양면적이다. 기업의 이자비용을 줄이고 실적개선에 도움을 줌으로써 좀비기업을 줄이는 효과도 있지만, 반대로 은행 등 채권자들이 악성대출을 청산할 유인을 줄여 좀비기업이 더 오래 버틸 여지를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연구 결과 현실에서는 금리 하락이 좀비기업의 증가로 이어지는 부정적인 효과가 훨씬 더 크게 나타났다. <그림5>에서 보는 것처럼 지난 수십 년간 금리가 하락하는 동시에 좀비기업 비중도 빠르게 증가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BIS 보고서는 그랜저 인과관계 테스트(Granger causality test)를 통해 금리가 은행 건전성보다 좀비기업 증가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임을 밝히고 있다.

좀비기업 확산은 상당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예를 들어 좀비기업은 생산성이 낮기 때문에 좀비기업이 많아지면 전체적인 경제활동이 둔화하게 된다. 또한 생산성이 부족한 기업들도 자원확보 경쟁에 뛰어들기 때문에 인건비와 자금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덤핑경쟁 등으로 제품가격은 하락하게 된다. 결국 경쟁력 있는 기업들도 덩달아 타격을 입으며 부실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침체가 발생할 경우 파급효과가 커질 수밖에 없으며, 고용시장에 대한 충격을 증폭시켜 또 다른 경제위기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본다면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의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을 긍정적으로만 보기 어렵다. 앞에서 본 것처럼 최근 미 연준이 올해 안에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보이고 채권시장이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저금리가 유지되는 것은 좀비기업을 확산시켜 미국경제의 생산성을 악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같은 시사점은 한국경제에도 적용될 수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말에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외부감사대상기업의 19.6%인 4,496개 기업이 재무취약기업으로 분류되었다. 재무취약기업은 이자보상배율 3년 연속 1미만, 영업활동현금흐름 3년 연속 순유출, 자본잠식 등 세 가지 기준 가운데 하나라도 충족한 기업을 말하는데, 특히 자영업이 많이 몰려 있는 음식∙숙박 부문에서는 40% 이상이 재무취약기업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부동산업(34.5%)과 조선업(28.1%)에서도 재무취약기업의 비중이 높았다. 상당수 기업들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저금리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은 앞에서 본 것처럼 좀비기업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좀비기업이 한국경제의 위험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부와 금융기관은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하며 이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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