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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천의 글로벌 뷰]오일전쟁의 승자는?(무료 샘플)
2015-05-18 13:29:49

선대인경제연구소에서 구독할 수 있는 보고서에는 크게 SDI리포트와 SDI글로벌모니터, 슈퍼차이나리포트가 있습니다. 이 가운데 SDI글로벌모니터는 세계경기에 연관된 업무 종사자나 투자자, 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글로벌 경제동향 및 정책/산업 동향 등을 분석하고 국내경제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하는 보고서입니다. 이 보고서는 SDI글로벌모니터 보고서 가운데 대략 4주에 한 번꼴로 연재되는 <윤석천의 글로벌뷰> 가운데 2014년 11월 23일에 발표된 보고서입니다.

오일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서부 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11월 14일 현재, 배럴 당 80 달러를 한참 하회하는 약 75 달러에 거래되었다. 지난 6월만 해도 배럴 당 105 달러 정도 했으니 불과 4개월여만에 30% 이상 가격이 하락한 셈이다. 이 정도면 폭락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대체 오일 가격은 왜 하락하는 걸까? 

1.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가 가장 큰 원인이다. 원자재 블랙홀이었던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고 유럽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수요를 포함한 글로벌 수요 전반이 위축되고 있다. 이것이 오일 가격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림에서 보듯 글로벌 GDP와 오일 가격은 상관관계를 갖는다. 최근 글로벌 GDP 성장 전망치가 급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일 가격도 영향을 받고 있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급락 상황을 수요 감소 때문으로만 보기엔 무리가 있다. 세계 경제는 미약하지만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만약 글로벌 GDP와 오일 가격이 플러스 상관관계를 유지하는 게 사실이라면, 오일 가격이 오르거나 현상을 유지하지는 못해도 최소한 급락하지는 않아야 한다. 가수요 거품이 꺼졌다 해도 그것만으로 폭락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다른 이유를 찾는 게 합리적이다. 최근 오일 가격 급락의 원인은 조심스럽지만 공급 증가에서 찾아야 한다. 수요는 정체 혹은 가수요 거품이 꺼지면서 감소하는데 공급이 늘고 있는 게 그 주요 원인이다.

1) 러시아를 비롯한 주요 산유국이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2013년 기준으로 세계 최대 산유국인 러시아는 올 9월 하루 1,100만 배럴 이상을 생산했다. 이는 사상 최대치이다.

2) 중동의 불안에도 불구하고 리비아산 오일을 비롯한 OPEC 생산량도 증가한 상태이다.

3) 주요 수입국이었던 미국이 셰일 오일 혁명을 등에 업고 에너지 수입을 줄이면서 자립을 향해가고 있다.


3. 그렇다면 이들은 오일 가격 폭락에도 불구하고 왜 공급을 늘리는 걸까? 그 이면에 오일 패권을 둘러싼 복잡한 역학관계가 있다.

1) 우선 러시아는 공급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과 서방의 제재조치로 러시아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러시아는 예산의 절반 정도를 에너지 수익으로 충당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이 폭락하면 국가 재정을 꾸릴 수 없다. 대안은 폭락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을 늘리는 것뿐이다.

2) 사우디아라비아를 주축으로 하는 오펙(OPEC)국가들 역시 공급을 줄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늘리고 있다는 징후가 있다. 오일 가격 급락으로 가장 큰 경제적 타격을 보는 국가들이 중동의 산유국들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감산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오는11월 27일 오펙 회의가 열릴 예정이다.(편집자주: 실제로 열린 오펙회의에서 오펙국가들은 감산 합의에 실패했다.) 당연히 오일 가격 하락에 대한 대책이 논의될 것이다. 하지만, 감산으로 결론 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회의 전망을 묻는 질문에 알리 알-오마이르 쿠웨이트 석유장관은 “오펙 회의에서 생산량 감축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단언했다. 이유가 있다.

(1) 중동국가들 역시 러시아처럼 예산의 대부분을 오일 수출로 충당한다. 오일 가격 하락으로 재정적자가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들 국가가 ‘아랍의 봄’ 이후 정권 안정을 위해 복지를 대폭 늘렸다는 데 있다. 안정을 위해서라도 공급을 늘려 재원을 충당해야 하는 입장이다. 
(2) 미국의 에너지 독립에 대한 두려움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미국은 글로벌 에너지 슈퍼파워로 부상하고 있다. 중동 산유국 입장에서는 떠오르는 에너지 강자에게 시장지배력을 잃고 싶지 않을 것이다. 에너지 가격을 낮춰서라도 미국 셰일 업계에 타격을 주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21세기 오일전쟁의 승자는?

미국의 에너지 독립은 오일 지정학에 혁명적 변화를 예고한다. 20세기 오일 패권은 소수가 장악한 공급자 우위 시장이었다. 반면, 21세기는 미국의 등장과 함께 다극화를 예고하고 있다. 서서히 수요자 우위 시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는 기존 산유국 입장에서는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먼저 미국이 에너지 독립을 하면 자신들의 가장 큰 고객이 사라지게 된다. 문제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이 순수출국이 되면 다른 고객마저 빼앗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앞에서도 살펴봤듯, 중동의 산유국을 비롯한 러시아 등은 에너지 수출로 경제를 운용한다. 에너지 산업의 패권을 미국에게 뺐기면 국가 운영 기반이 흔들린다고 할 수 있다. 오펙은 가격을 인위적으로라도 끌어내려 미국의 에너지 붐을 꺾으려 하고 있다. 여기에 정치적 패권을 두고 미국과 경쟁하는 러시아 등이 동참하고 있다. 오일 세계의 구세력과 신흥 세력 간의 갈등이 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이는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1. 미국의 에너지 독립은? 

올 11월에 발표된 시티그룹 보고서(에너지 2020)에 따르면, 미국이 에너지 순수출국가가 되는 시점은 2020년이다. 

 

미국의 크루드 오일 생산량은 2013년 하루 750만 배럴 정도였으나 2020년엔 1,250만 배럴을 돌파해 현재의 러시아 생산량을 앞지르는 것으로 전망됐다. 액화천연가스(LNG)는 현재 하루 280만 배럴에서 2020년 460만 배럴을 생산하게 된다. 2020년경에 미국은 에너지 독립국이 된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석유제품 총량이 총수요량을 앞서 미국의 에너지 독립이 현실이 되는 것이다.


2. 미국의 셰일 붐은 꺼질 것인가?

1) 골드만삭스 등 투자은행 보고서를 종합해보면, 셰일 오일 손익분기점은 배럴 당 70-80 달러 정도이다. 미국의 셰일 오일이 주로 생산되는 지역은 Eagle Ford, Bakken, Permian Basin등이다. 그런데 이들 지역의 유전은 오일 가격이 70-80 달러일 경우, 약 11%의 내부수익률(IRR)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IRR은 특정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 수익률을 의미한다. 이 수익률이 프로젝트 예산 조달비용보다 크면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 반면, 작으면 해당 프로젝트는 ‘수익성 없음’으로 결론이 나 폐기되는 게 일반적이다. 골드만삭스는 이를 토대로 오일 가격이 80 달러 이하인 상태가 지속될 경우 미국의 셰일 오일 산업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궁극적으로 생산성이 떨어질 거라 봤다. 특히, 설비투자와 현금 흐름의 균형에 문제가 생겨 유동성 부족에 처하게 될 것이라 예측했다. 

2) 이런 부정적 전망은 골드만삭스에 그치지 않는다. 모건스탠리 역시 미국 에너지 붐의 위기를 말하고 있다. 동사는 미국 셰일 산업의 손익분기점을 배럴 당 76 달러로 본다. 가격이 이보다 내려 생산비용을 밑돈다면 미국의 일부 셰일 오일 기업은 가동을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라 지출 감소, 해고, 차입금에 대한 연체, 디폴트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 봤다. 

3) 가장 큰 문제는 이들 에너지 기업 다수가 정크본드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했다는 것에 있다. 오일 가격이 하락하면서 정크본드 가격도 하락추세다. 즉, 정크본드 금리가 오르고 있다. 게다가 미국은 금리인상을 앞두고 있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도 기준금리가 오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이들 기업은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 미국 셰일 오일 르네상스 부정론의 핵심이다. 미국의 에너지 기업은 Barclays US Corporate High-Yield Bond Index의 15%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다른 말로 하면, 에너지 관련 기업이 정크본드 발행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5% 이상이란 얘기이다. 2005년 말에는 5% 이하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들 기업이 정크본드 시장에서 얼마나 많은 자금을 조달했나를 알 수 있다. 

 
4) JP모건 애셋 매니지먼트 분석 결과는 극단적이기까지 하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이하인 경우, 미국 내 대형 셰일 오일 유정 12곳 가운데 80%가 수익을 낼 수 없을 거라 분석했다. 

5) 이들의 주장엔 분명 일리가 있다. 국제유가 하락세가 지속될수록 미국의 셰일 에너지 붐에 대한 우려 역시 그만큼 거세질 것이 분명하다.


3. 그럼에도 승자는 미국?

그렇다면 과연 미국의 에너지 붐은 꺼질 것인가? 가격이 얼마가 되어야 미국의 셰일 오일 생산 성장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하락할까? 

1) 셰일 오일 생산에 들어가는 자본투자는 토지매입비, 인프라 건설비, 유정 개발비용(40-50%는 펌프, 10-15%는 채굴 장비) 그리고 운영경비다. 이 중 가장 큰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토지 구입과 인프라 건설비용이다. 따라서, 토지 소유권을 이미 획득했고 인프라가 완비된 곳의 자본투자는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추가 유정을 개발하는 비용과 운영비만 있으면 오일 생산이 가능하다. 신규 지역의 셰일 오일 생산 손익분기점은 WTI 기준으로 70-80 달러 정도이나 기존 지역에서의 손익분기점은 그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서 결정된다. 유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거나 현 수준에서 고정된다면, 신규 지역에서 셰일 오일을 생산하는 것은 난관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반면, 이미 자리를 잡은 지역에서의 채굴은 계속될 수 있으며 산출량 역시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

2) WTI 가격이 70 달러 이하로 내려가면 어찌될까? 씨티는 2015년엔 약 25% 감소, 2016년엔 50% 감소가 있을 거라 전망한다. 그러나 미국의 셰일 생산을 완전히 멈추게 할 수는 없다.

3) 오일 가격 하락으로 셰일 오일 생산이 타격을 받으면 미국 경제에는 어떤 일이 발생할까? 오일 가격이 하락하면 에너지 기업은 타격을 받을 것이다. 반면, 휘발유 가격도 하락하게 된다. 이는 에너지 이외 부문엔 오히려 활력소가 될 수 있다. 이 둘은 서로 상쇄되어 GDP는 0.1%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정도면 결코 크다고 할 수 없다. 

4) 종합하면, 오일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셰일 산업은 그리 심각한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미국 경제 전반으로 볼 때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5) 반면, 구 오일 세력이 입는 타격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기존 오펙 회원국이 생산하는 오일의 손익분기점 역시 배럴 당 70-80 달러 수준이다. 오일 가격이 현 상태로 유지되거나 하락한다면 이들 국가는 직접적 타격을 받게 된다. 미국의 재정은 에너지 부문에서 충당되는 비중이 그리 높지 않다. 하나, 구 오일 세력 국가 대부분은 재정의 상당액을 에너지 부문에서 조달한다. 따라서 오일 가격 하락세가 지속된다면 기존 산유국의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오일 가격이 하락하면 GDP는 떨어지고 그에 따라 국가부채비율은 상승한다. 이는 잠재적으로 부채의 지속가능성에 압박 요인으로 작용한다. 

6) 골드만삭스 보고서에 따르면, 비교적 재정이 건전한 사우디아라비아도 유가가 80불 이하인 상태가 3년만 계속되면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이 40%를 넘어가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러시아는 92 달러, 쿠웨이트는 74 달러인 상태가 3년 동안 계속되면 역시 그 비율이 40%를 넘어간다. 이란은 141, 이라크는 136, 리비아는 230 달러가 임계점이다. 기존 산유국 다수가 이미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재정이 건전한 사우디아라비아 등도 유가 하락이 추세화된다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공급 과잉 상태를 견딜 수 없는 건 미국이 아니라 기존 산유국이다.

이는 오일 전쟁의 최후 승자가 결코 구 오일 세력이 아닐 것임을 말해준다. 공급량을 늘려 가격 하락을 재촉하는 것만으로 결코 미국의 에너지 붐을 멈추게 할 수 없다. 오히려 자신들이 받는 타격이 더 심하다. 무엇보다 달러 강세 기조는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달러 가치에 연동되는 오일 가격의 하락세는 점차 심해질 수밖에 없다. (편집자 주: 국제 석유거래시장에서 결제통화가 주로 달러이므로 달러 강세가 실현될 경우 달러로 표시되는 오일 가격은 점차 떨어지게 된다) 게다가 지난 수년, 미국은 셰일 오일 생산에 대한 자신감을 키웠다.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셰일 자원이 풍부한 다른 국가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셰일 오일은 북미 지역뿐 아니라 유라시아, 중국, 러시아 등에도 풍부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이들 국가들도 셰일 개발에 나설 것이 분명하다. 오일 구세력을 능가하는 새로운 에너지 강자들이 출현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21세기 초, 인류는 피크 오일 논란을 완전히 잠재우고 있다. ‘오일’이란 자원은 분명 유한하지만 인류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며 그 유한성을 단기적으로 극복하며 피크타임을 연장해가고 있다. 글로벌 오일 시장은 당분간 공급 초과의 시대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구 오일 세력이 더 이상 선점자 혹은 시장 독과점자의 위치를 누릴 수 없는 시대가 오고 있다. 바로 오일 패권 다극화 시대이다. 그 선두에 미국이 있다. 미국은 에너지 패권의 지형을 바꿔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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